시신이 썩어가는 과정을 그린 불화

구상도(九相圖)

일본 불교에서 간헐적으로 그리는 불화중 하나.

사람이 죽으면 시신을 들에 방치하여 들짐승으로 하여금 쪼아 먹도록 하는 풍장(風葬)을 지낼 때,

이 과정을 9단계로 나눠서 그리는 그림이다.

 

1. 신사상(新死相)

시체가 갓 죽어서 눕혀진 모습. 

 

2. 방창상(肪脹相)

시체가 죽은 뒤, 시간이 지나면 내장과 혈관에 가스가 차고 온 몸이 부풀어 오른다.

가스가 많은 경우, 이때 복부가 폭발하기도 한다. 

 

3. 혈도상(血塗相)

시체의 부패가 활성화 되기 시작하면, 시체의 내장, 지방, 혈액이 체내의 높은 온도에 녹아서

구멍으로 지방이 흘러 나온다.

(인간의 시신은 가스화 진행시 화학 작용에 의해 40 ~ 50도의 고온을 발산한다.) 

 

4. 방란상(肪亂相)

살속의 모든 피하조직이 녹아서 흘러나온다. 

 

5. 방란상(肪亂相)

살갗이 녹아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6. 청어상(靑瘀相)

부패를 마친 시체는 전신이 검고 푸르게 물든다. 

 

7. 담식상(噉食相)

남은 살가죽과 썩어 문드러진 내장을 들짐승과 날짐승이 뜯어먹는다. 

 

8. 골련상(骨連相)

이제 살가죽은 하나도 남지 않고, 오직 뼈만 남아서 백골의 모습으로 남게된다. 

 

9. 골산상(骨散相)

뼈도 더이상 온전하지 않고, 산산히 흩어지거나 땅에 동화된다.

 

구상도는 크게 9단계로 구분되나 분류에 따라 조금씩 달라서

신사상 앞에 살아 고인의 생전의 모습을 그린 생전상(生前相) 넣거나

골산상 뒤에 시신을 수습하여 무덤을 만든 그림인 고분상(古墳相)을 넣는 경우도 있으며

(고분상과 골산상을 합쳐서 하나의 그림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위의 그림처럼 방란상을 두 개로 나누어 그리는 경우처럼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

 

그림이 그려진 시대의 승려는 대부분 남성이었기에

구상도에 그려진 시신은 번뇌의 대상이었던 여성이 많았다.

 

구상도의 소재로 사용된 인물 중에 가장 유명한 이는

52대 사가(嵯峨) 덴노의 정실이었던 단린황후(檀林皇后)가 있다.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단린황후는 살아있던 사람도 죽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는

가르침을 남기기 위해 자신이 죽으면 시신을 방치시키고 구상도를 그리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