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아침을 먹고 터키 국경 근처에 있는 코르 비랍 수도원으로 갔다

호텔에서 택시를 불러줘서 편하게 다녀옴

예레반 시내에서 편도로 30분밖에 안 걸린다

날씨가 흐려서 잘 안 보이긴 하는데, 배경에 보이는 허연 물체는 전날 봤던 아라라트 산이 맞다



수도원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사진을 찍었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터키 땅, 이란 땅이 나온다



수도원 내부는 대충 이렇게 생겼다



이 수도원의 특징이라면 뜬금없이 지하감옥이 있다

여기는 원래 감옥이 있었던 자리였고, 계몽자 성 그레고리오가 이곳의 지하감옥에 13년 동안 갇혀 있었다가 아르메니아가 기독교를 국교로 선포하면서 풀려났다고 한다

존버는 승리한다



다시 예레반 시내로 돌아온다

원래는 호텔 앞에서 내리기로 되어 있었는데, 기사양반과 말을 잘 해서 아르메니아 대학살 추모공원에 내렸다

이것도 설명하자면 정말 긴데, 간략히 설명하자면 민족주의의 열풍이 불면서 아르메니아인도 자연스레 오스만 제국의 지배에 반항하기 시작했다

마침 오스만 제국은 러시아, 오스트리아, 프랑스, 영국 등 기독교를 믿는 열강들에게 얻어터지고 있는 상황이었고, 이에 대한 화풀이를 제국 내의 기독교도인 아르메니아인들에게 해버린 사건이다

얼마나 죽었는지는 아직도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은데, 그래도 150만명 정도는 죽었다는 게 학계 정설이라고 한다 (참고로 1917년 당시 인구가 약 200만이었다고 하니 전국민의 절반 정도가 타노스당한 셈이다)

이로 인해 터키 동부지역은 원래 아르메니아 사람들이 살던 땅이었는데 하루아침에 빈 땅이 되어버렸고 지금은 터키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살고 있다

아르메니아는 이스라엘이나 아제르바이잔, 아일랜드처럼 해외 동포인구가 본국 인구보다 많은 나라 중 하나인데, 그 이유가 바로 이 아르메니아 대학살 당시 운좋게 학살을 피한 사람들이 미국이나 유럽으로 도망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나마 지금의 아르메니아 영토는 당시 러시아의 지배 하에 있었기 때문에 피해가 크지는 않았다고 한다

자세한 건 꺼무위키를 찾아보도록 하자



비가 살짝 뿌리는 날씨였지만 위령비에서는 꺼지지 않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잠시 묵념하다 왔다



지하에 박물관도 있다

입장료는 따로 받지 않는다

여러모로 안타까운 일이긴 한데 본국인 아르메니아는 소련에 편입되어 버려 민족주의가 탄압받았고, 가해자인 터키는 2차대전 후 NATO에 가입하여 따뜻한 미국 응딩이 뒤에 숨어 있었기 때문에 공론화가 잘 되지 않았다고 한다

아르메니아인들이 꽤 많이 사는 서유럽 국가 중심으로 학살에 대해서 얘기를 꺼내려고 하면 터키에서 '제국주의 국가였던 니들이 할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물타기 해버리는 것도 있고 ㅇㅇ

물론 21세기 들어서는 터키에서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학살을 부분적으로나마 인정하고, 터키 동부 지역에 있는 아르메니아 유적을 복구해 주는 등 관계 개선의 여지가 생기긴 했으나... 에르도안이 집권하면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 버렸다

터키 보고 형제의 나라니 뭐니 하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에르도안 때문에 터키를 썩 좋아하진 않는다



옆에는 이렇게 공원이 있어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산책을 하고 때로는 사색에 잠길 수 있게끔 되어 있다

여담이지만 아르메니아를 여행하다 보면 곳곳에 보라색 꽃 스티커가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꽃의 정체는 물망초인데, 물망초의 꽃말은 '나를 잊지 말아요'라고 한다

아픈 역사를 잊지 않겠다는 뜻에서 물망초 스티커를 붙이고 다닌다고 한다

나와는 다르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음에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세계 평화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니 배가 고파졌다

점심으로는 경단과 돌마 그리고 피자를 먹었다



이거는 닭똥집 볶음인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점심을 먹고 한 번 더 찾아간 계몽자 성 그레고리오 대성당

날씨가 우중충한 게 마음에 안 들긴 했다

그런데 이 나라가 원래 눈과 비가 많다고 하니... 그러려니 했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본 재래시장

축덕이라면 한번쯤은 들어 보았을 헨리크 미키타리안(현지 발음은 므키타랸에 가깝다)의 유니폼도 팔고 있었다

아르메니아 사람들은 성이 ~얀, ~이안으로 끝나는 사람이 많다

미키타리안 말고도 작곡가 아람 하차투리안, 미국 연예인 킴 카다시안 등이 있겠다

비슷하게 조지아 사람들은 성이 ~스제, ~빌리로 끝나는 사람이 많다

전에도 언급했던 스탈린의 본명이 이오세브 베사리오니스 제 주가슈빌리였다



호텔에서 느긋하게 뒹굴다가 저녁을 먹으러 갔다

햄버거, 그것도 수제버거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여기 알바 누나들이 존예였던 걸로 기억한다

전날 갔던 에치미아진 대성당 박물관 가이드 누나도 존예였다

코카서스 3국 중에서는 아르메니아 여자들이 제일 이쁘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어느 정도 지위와 기회를 가진 분들에게 열려 있는 기회이니까... 음... ㅠㅠ 이하생략



2018년은 예레반이라는 도시가 생긴 지 2800년이 되는 해였다고 한다

저녁을 먹고는 카페에서 시간을 때우다 호텔로 돌아왔다

보면 알겠지만 정말 쉬엄쉬엄 다녔다... 여행 막바지가 되니까 많이 피곤하더라고



이제 아르메니아를 떠나는 날이다

원래는 아침에 국립 역사 박물관을 갈까 했지만 이틀 전에 만난 가이드가 설명을 잘 해 줘서 스킵하기로 했다

여기는 마테나다란이라는 미술관 겸 도서관이다

정문 앞에는 여러 현인들의 동상이 있는데, 가운데 있는 가장 큰 동상은 아르메니아 문자의 창시자인 메스로프 마슈토츠라고 한다

안에는 들어가지 않고 사진만 찍고 돌아왔다



마테나다란 정문에서 내려다 본 예레반 시내

저 멀리 아라라트 산이 보일락 말락 한다



이게 좀 더 잘 보이네 ㅇㅇ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마지막으로 캐스케이드 공원 한 바퀴 돌면서 구경 좀 하고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면서 시간 때우다가, 마트에서 아라라트 브랜디 한 병 사서 호텔로 돌아왔다

처칠이 이 아라라트 브랜디를 참 좋아했다는데, 이 이야기를 들은 스탈린이 매일매일 마시라고 365병을 선물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ㅋㅋㅋ



이제 짐을 챙겨 공항으로 간다

여담이지만 공항 이름이 즈바르노츠 공항인데, 실제로 이틀 전에 갔던 즈바르노츠 수도원 터 근처에 있다



점심으로 먹은 슈니첼(독일식 돈까스)

뭔가 아르메니아 요리를 먹고 싶었지만 출국장에 마땅히 보이지 않았다 ㅠㅠ



점심을 먹는데 어디선가 흥겨운 음악이 들리길래 봤더니 입국장 로비에서 전통 춤 공연을 하고 있었다



환전소 앞에 기념품 및 잡화 가게가 있는데 이런 캐리어를 팔고 있더라 ㅋㅋㅋㅋㅋ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예레반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직항은 없다

그래서 아에로플로트를 타고 모스크바에서 한 번 환승을 했다

저 뒤로 아라라트 산이 보인다

마지막 날이라도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몸이 좀 힘들다 뿐이었지 여행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서 문제가 생겼다

오늘은 여기까지 ㅎㅎ ㅈㅅ